Romantic Soul Orchestra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1집 [Old School Corea]
[Interview] Romantic Soul Orchestra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기자에게 있어서 겨울은 견디기 참 힘든 계절이다. 이럴 때는 한 달 미리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것으로 추위를 달래곤 한다. 캐럴 특유의 따뜻한 멜로디와 동화같은 가사는 시린 가슴을 달래주는 “특효약”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F.O.H 시스템 및 프로세싱 20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악기들 20곡이 연주된 공연
가수가 자기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본 적이 없다면,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해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일단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하루가 다르게 각종 디지털 음향 장비들이 출시되고 디지털 음원에 의한 음악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예전 아날로그 기기에 의한 빈티지 그루브 사운드를 재현해 내기 위해 애쓰는 복고풍 악사들,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Romantic Soul Orchestra)를 소개한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키보드의 기본적인 4인조 밴드구성과 더불어 관ㆍ현악 파트가 첨가된 20여명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사운드는 디지털 사운드가 풍기는 매끈함과는 다른 “무엇”이 느껴진다. 그 “무엇”에 관해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주축이 되는 멤버 두 명, C.Lim, 주훈씨와 함께 RSO대담을 가져보았다.
4트랙 카세트 테잎 레코더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Romantic Soul Orchestra(이하 RSO) 는 어떻게 결성되게 되었나요?
C.Lim 원래 주훈씨와 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교회 행사를 통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스쿨밴드 활동을 통해 음악적인 욕구를 해소한 소위 ‘파고다(지금은 없어진 낙원동 근처 스쿨밴드들의 주 공연장) 세대’였죠. 낙원상가를 뒤지면서 악기를 하나 둘씩 사모으면서 어쿠스틱 기타에서 일렉기타로, 점차 디지털 레코딩 장비로 관심영역이 넓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제 여동생이 첼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함이었죠. 저는 사실 미국에 가기 싫었습니다. 음악하는 친구들도 이 곳에 있고, 한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이 재미있었으니까요. 다만 미국에 가면 4트랙 카세트 테잎 레코더를 살 수 있다기에 그것을 이유로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웃음),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주훈 저희는 고등학교 때 디지털 장비로 녹음을 시작했었습니다. 8메가 램으로 음악을 했다면 믿어지세요? 저희가 대학 1학년 때 쯤에는 뭔가 음악활동을 가시화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베이스로 디스코 펑키음악을 하는 The Oysters라는 3인조 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넵튠스같은 형식이었죠. 그러다가 호영이라는 친구가 군대를 가게되는 바람에 꿈이 좌절되고, The Oysters Project는 와해되었습니다.
C.Lim 이후 저는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재즈 밴드 활동을 하면서, 솔로 앨범을 준비했고 주훈씨는 국내에서 1730이라는 댄스뮤직 팀을 했었죠. 이후 계속적인 음악활동이 진행되면서 벨포닉스 스튜디오와 Romantic Soul Orchestra의 근간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RSO 멤버소개를 부탁드립니다.
C.Lim 저와 주훈씨가 RSO의 전체적인 작・편곡을 맡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밴드 라인업에 오케스트라 파트로 String과 Brass가 첨가된 구성입니다. Vata씨가 Bass를, 필진씨가 Drum을, Horny Play 라는 5인조 브라스 팀이 관악 파트를, 그리고 후배들로 구성된 스트링 팀이 현악 파트를 담당해주었습니다. 앨범 녹음 때와 공연 때의 멤버들에 있어서, 메인 멤버를 제외하고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주훈 C.Lim 씨와 저는 키보드, 기타, 시타르, 퍼커션, 백킹 보컬 등... 전반적인 구성에 필요한 파트를 전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연 때 C.Lim 씨는 건반 앞을, 저는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시타르 앞을 지키고 있지만요.
●아날로그 음악을 하고 계신데요, 디지털 음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주훈 디지털 음악은, 저희가 어렸을 때부터 오랜 기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진행이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지금 아날로그 빈티지 사운드를 고집한다고 해서 디지털 음원과 음색을 업신여긴다거나, 낮은 수준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도 디지털 프로세싱을 통해서 여러번 음악을 제작해왔었고, 밀려 들어오는 신기술과 기기들에 휩쓸려 엄청나게 공부를 했었거든요. 제다가 저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습니다(웃음). 당연히 컴퓨터 음악에 있어서 모든 기술을 익히고 공부했죠. 주위 사람들이 다 제게 와서 조언을 구할 정도로요. 그러다가 깨달은 것은, “아무리 컴퓨터를 붙들고 작업을 해도, 수준급 연주자가 와서 연주하는 것을 못 따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C.Lim 이렇게 올드스쿨, 빈티지를 주장하게 되는 이유가, 저희가 다 디지털을 거쳐서 인 것 같아요. 새로 나오는 기술들에 대해 많이 공부한 이후에 결심하게 된 것이 거든요.
주훈 어릴 때 Queen을 좋아해서 오버더빙과 멀티트랙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2트랙 카세트 한대랑 C.Lim 씨가 갖고 있던 릴 데크 한대로 핑퐁으로 녹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멀티트랙 레코더가 있으면 좋겠다고 꿈꿨죠.
●작ㆍ편곡은 어떤 식으로 누구에 의해 진행되었나요?
C.Lim 이번 음반에는 잼 연주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만든 곡도 많습니다. 일단 이 곳에 있는 악기로 잼을 시작합니다. 제가 드럼을 치고 주훈씨가 기타를 치고, 아니면 제가 건반을 치고, 주훈씨가 드럼을 치는 등…. 그러면서 러프하지만 기본적인 그루브를 무수하게 만들어둡니다. 그 중에 엄선해서 리듬섹션과 더불어 테스트 레코딩을 한 후, “OK” 되면 악보를 그리기 시작하고 연습에 들어갑니다.
주훈 같은 사람들이 썼으니까 일관된 분위기가 흐를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곡을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써서 다른 사람에게 허락받는 형식이 아니라 잼을 통한 곡 구성이니까 이미 곡이 진행되면서부터 충분히 합의를 거치게 되는 것, 그래서 곡 이해나 전달이 빠릅니다. 더러 치밀하게 악보를 그려서 진행 한 곡도 있었습니다.
모든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 완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녹음 시의 특이점이나 애로사항이 있으셨다면요?
C.Lim 지금 스튜디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목재로 마감된 공간 자체가 뻥 뚫려 있어서 아이솔레이션이나 부스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소음봉들을 드럼 주위에 세우는 등으로 파티션을 했고, 음 분산판을 이용해서 보완했습니다. 저희 드러머의 사운드는 말 그대로 ‘파워 드럼’이기 때문에, 녹음 때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를 위해서 다른 파트도 크게 연주를 하는 것은 기본으로 합니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때는 편곡을 다시 하지요.
주훈 물론 그러다보면 3분 짜리 곡을 2분 50초 까지 녹음했다가 다시 녹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위에서는 이런 것을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측은해하시는데(웃음) 솔직히, 일반적인 밴드 라인업인 서너 명이 다시 녹음 하는 거나 스무 명이 녹음을 다시 하는 것이나, 같지 않나 싶어요. 스무 명이 연주를 하면, 연주가 잘 되었을 때는 정말 “OK”느낌이 날 때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럴 때는 만장일치로 곡이 완료되고, 다음 곡 녹음으로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3~4인조 밴드가 녹음을 한 뒤에 왠지 사운드가 비는 것처럼 느껴지면, 그 이유가 곡이 안 좋아서인지, 연주가 안 좋아서 인지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도 예전에 경험했던 것이고요.
C.Lim 그래서 최초 녹음 때부터 1년 반 쯤 걸렸습니다. 뭐 매일 녹음 한 것은 아닙니다. 멤버들 스케쥴에 맞춰야 했으니까요.
●RSO 만의 분위기를 위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주훈 5분 짜리 노래를 만들 때, 5분 동안 다 부르고 연주하는 것과, 1분 30초만 만들고 그 이후에 루프를 돌리는 것은 틀린 느낌입니다. 요즘엔 카피 + 페이스트 식의 작업도 많이 하지요. 저희는 일단 모든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 완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식으로 진행하다보면, 보통 3분쯤 지나 연주자들의 박자가 틀리기도 하고, 보컬의 피치가 흔들릴 수도 있죠. 그러한 자연스러운 느낌과 호흡, 이번 앨범은 최대한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리스너가 저희들의 라이브 공연을 봤을 때에도 일종의 배신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제가 BEATELS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입니다. 비틀즈 멤버들은 4명 모두 연주를 하면서 노래 하잖아요. 결국 지금으로 치면 8인조 인거죠. 보컬 네 명에 연주자 네 명. 그들의 공연 모습을 자세히 보다보면, 아무도 연주하면서 악기를 안 쳐다봐요. 전 “60년대는 그게 멋진 것인가보다, 저런 것이 체면을 살리는 건가보다”하고 말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그 때 당시에는 실제로 녹음을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스탠딩 마이크에 입을 대고 노래를 하면서 연주도 동시에 해서 원테이크로 녹음 하는 것. 당연히 악기를 쳐다 볼 수가 없는거에요. 그게 기본이었던 거죠. 무릇 가수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요. 지금 만일 누가 그런식으로 완벽하게 해내는 팀이 있다면, 거의 기인 열전에 나가겠죠?
저는 이런 음악인으로서의 마인드가 점점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수가 자기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본 적이 없다면,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해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일단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슬퍼지기까지 하죠. 만일 지금 나오는 여타의 댄스그룹 한테 자신의 노래를 전곡 불러보라고 하면, 가사를 못 외워서건, 마디수가 헷갈려서건 끝까지 완창할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최소한 저희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녹음과 연주가 전부 아날로그 방식인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닐까요?
주훈 저희가 빈티지사운드의 전령사는 아닙니다. 다음 번 녹음 때에는 예전에 했던 디지털 작업 방식대로 프로툴스를 쓸 수도 있는것이죠. 꼭 지켜야 하는 뭔가는 아니에요. 다만,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현재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날로그 방식이니까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는 저희 얘기를 하는 것인데, 마치 아날로그 빈티지 사운드의 골수의 모습으로 비춰질까봐서 조금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일단 저희가 하는 음악은 가요고, 그저 여러 가요 음악인들 중의 한 팀이죠.
늘 샘플 사운드의 오리지널을
찾고 싶었습니다
C.Lim 저희가 주장하는 아날로그는 “사운드”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위 아날로그 사운드가 더 따뜻하고 더 힘이있고 댐핑이 좋고 등의 장점이 있다고 하죠. 그런데 저희의 접근 방식과 의도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녹음 방식 자체가 틀립니다. 요즘의 디지털 음악작업은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어찌보면 아주 편리합니다. 간단하게는 노트북하고 인터페이스 있으면 소프트웨어 시퀀서를 통한 작업이 용이하죠. 트랙수 제한도 없고요. “녹음이야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10번 쯤 불러 본 뒤 좋은 것을 골라보자”, “일단 러프하게 부르고 좋게 필터링을 해보자구”, “오토 튠으로 조정할 테니 일단 그냥 가보죠”… 소위 디지털 작업은 어느 순간까지라도 작업이 멈추지를 않아요. 물론 “더 이상 만지면 안되겠군”의 포인트가 있어서 멈추긴 하겠지만요.
아날로그는 이 모든게 불가능합니다. 녹음 후에 오토 튠을 걸 수도, 필터 조정을 할 수도 없어요. 녹음에 돌입하는 당시의, 그 음이 그대로 녹음이 되는 것이고, 녹음된 데이터를 수정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분만이 가능합니다. 결국 녹음이 잘 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녹음이 잘 안되면 나쁜 결과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주훈 사람이 주는 감동이라는 것은…. 팔만대장경을 생각해보세요. 팔만대장경을 제작했던 장인의 마음을 헤아려보세요. 요즘 기술로는 팔만대장경은 워드프로그램으로 몇 일만에 뚝딱 만들겠죠. 하지만, 그 마음. 즉, 똑같은 기타 연주라고 해도, 프로툴에 녹음하는 것과 20명이 기다리는 가운데 녹음하는 것과는 마인드 자체가 틀려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C.Lim 혹여 틀리기라도 할까봐 식은 땀 흘리며 연주하는 것이 소리 안에 내재되어 있고, 리스너들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감동하거든요. 기쁠 때와 슬플 때의 목소리가 틀려지듯이 연주스타일도 달라지므로 감정이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것에 치중하다보면 완벽한 “소리” 즉, 음감이나 음색에는 다소 못 미치겠죠. 그것을 채우기 위해선 오랜 시간의 연습과 내공이 필요한 것이고….
●굳이 팀명에 Soul을 넣은 이유는?
C.Lim Soul음악이 저희가 좋아하는 표현방식입니다. 저희 음악의 표현 언어자체라고 할까요? Soul은 한마디로 한(恨)이거든요. 기쁘던 슬프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로맨틱 록 오케스트라나, 로맨틱 펑크 오케스트라가 아닌 로맨틱 소울 오케스트라가 된 것이죠.
●옛날 악기로 옛날 방식으로 작업하게 되신 계기는?
C.Lim 디지털 음악 작업을 하면서, 늘 샘플 사운드의 오리지널을 찾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 샘플은 누가 만들었지?” “누가 연주했지? ”가 궁금함의 시작이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던 빈티지 사운드 샘플 등을 실제 그 악기로 연주해서 “정말 그런 소리가 나는지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이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훈 사실은 저 자신이 어떻게 보면 C.Lim 씨에게서 아날로그 빈티지 사운드에 설득당한 경우인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컴퓨터로는 안되는 것이 없다고 맹신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가 제 자신이 아날로그 사운드에 눈 뜨게 된 것은 제가 직접 악기를 연주해 본 이후였어요. 제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 C.Lim씨의 소개로 비틀즈가 썼었다는 호프너 베이스를 샀거든요. 직접 연주를 해보니 메카트니가 연주를 왜 그런 “동, 동, 동, 동” 스타일로 연주를 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저 악기만의 줄의 반응 속도나 소리의 임피던스 등의 독특함이 메카트니의 베이스 스타일을 형성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C.Lim 20명이 녹음하게 되면서 배우게 된 것은 편곡의 중요성입니다. 옛날 방식으로 녹음을 하다보니 옛날 편곡도 이해가 되더군요. 왜 이 부분에서 보컬이 이런 식으로 노래를 했는지, 왜 여기서 스네어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지에 관해서 직접 해보면서 이해를 하게되었습니다. 가령 동시에 녹음을 하다보면 스트링 소리가 안 들리거든요. 그런 경우 저는 편곡으로 그 부분의 스트링 사운드를 아예 빼고 다른 곳으로 재배치를 합니다.
주훈 가령 “빈티지 사운드가 그렇게 좋으냐?”라고 누가 물었을 때 Yes라고 답한 이들의 반응을 생각해보세요. “응, 그래서 나는 빈티지 플러그 인을 샀어”, “응, 그래서 나는 빈티지 마이크를 샀어”, “응, 그래서 나는 빈티지 스튜디오를 지었어”…등, 갖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어요. 뭔가 정도(正道)는 없는 거죠. 그런 선상에서 보면 벨포닉스 스튜디오를 지은 저희는 정말 극단적인 반응의 소유자들이죠(웃음). 어떤 취향과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C.Lim 우리가 이런 스튜디오를 짓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과 그에 따른 좌절이 많았어요. 이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갈 수 밖에 없는 길이고, 그 길대로 음악작업을 해서 완성이 되었을 때, 듣고 좋아할 리스너들을 생각하면 계속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테이크 녹음이라고 들었습니다만…
C.Lim 원테이크하고 다이렉트 마스터링 하고는 틀린 개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원테이크라는 것은 펀치인을 안하고 한 번에 모든 세션들이 간다는 의미인데요, 엄격히 말해서 RSO에도 오버더빙이 당연히 있었습니다. 스트링이나 코러스 부분, 기타 사운드 등에서 더빙 되는 부분은 사운드의 보완을 위해 진행했습니다. 한 번에 녹음해서 마스터링까지 가는 것, 그것은 아니죠.
주훈 사실, 한번에 녹음과 마스터링이 끝나는 것을 꿈꿉니다. 연주자 자신이 연주하면서 자기 자신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는 것이죠.
중역대로 승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Old School 레코딩의 숙명이죠
●그렇다면 오버더빙된 곡은 어떤 곡들이 있나요?
C.Lim 「Lucky me!」 -코러스 , 「Sunny Day」- 코러스, 「한번 만나주면」- 기타, 「감추지말아요」- 메인보컬, 「오늘밤」- 색소폰 솔로 등이 있습니다. 「Sunny Day」같은 경우 저 혼자 코러스를 했는데, 파트별로 다 나눠서 불렀다가 더빙했습니다. 「오늘밤」의 경우 중우씨가 혼 섹션을 다 부르고, 솔로를 다시 입혔습니다. 굵직한 것은 한 번에 녹음했고, 솔로나 특수한 경우에 오버더빙 하되, 펀치인 하지 않고 끝까지 원테이크로 진행했습니다.
●드럼 사운드의 녹음 테크닉에 관해 말씀해주십시오.
C.Lim 아이솔레이션이 없고 드럼소리가 새어 나가는 상황에서, 소음재나 파티션으로 최대한 나눴습니다. 일단 드럼에는 오버헤드 마이크만 사용했고, 이 앨범의 반 이상이 모노드럼이었습니다. 뭔가 먼지낀 옛날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Beatles만 해도 오버헤드와 킥에 마이킹을 하나씩 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저희는 빈티지 드럼사운드 샘플링을 최대한 리얼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주훈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 홀의 배치를 잘하고 곡을 잘 해서 딱 마이크 두 개 놓고 투 채널로 녹음이 진행되는 것입니다(웃음). 마이크 숫자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되겠네요.
C.Lim 50년된 독일제 마이크 Telefunken U47을 사용했습니다.
●중역대가 돌출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C.Lim 당연히 중역이 돌출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Q나 컴프를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녹음되는 소리자체를 많이 변형하지 않았으니까요. 요즘 나오는 신디사이저의 샘플 음원들은 저역대와 고역대가 다양하지만, 실제로 마이크로 담을 수 있는 리얼 악기의 음역대는 중역대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Cello나 Bass가 저역대 음원을 낼 수 있는 악기라고 해도, 결국 마이크로 담을 수 있고 귀로 들리는 것은 중역대입니다. 저희가 믹싱과 마스터링의 포인트로 삼은 것도 중역대를 잘 정리하는 것이고, 중역대로 승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Old School 레코딩의 숙명이죠.
일례로 베이스의 음을 부스트 할 수 없었던 것은, 오픈 마이크가 많은 상태에서 EQ로 부스트 조정을 하다보면 브라스사운드 까지 딸려서 부스트 되곤 해요. 아이솔레이션이 된 상태에서 브라스 녹음을 했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요. 그러므로 애초에 연주할 때 밸런싱을 잡는 것과 공간배치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산레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훈 저희는 정말 음악이 하고 싶어서 중・고교 때부터 낙원상가를 뒤지던 “낙원 키드”였습니다. 그 열정이 서른이 지난 지금 결실을 보게 되었네요. 앞으로 저희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이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될지는 저희도 기대됩니다. 그것이 아날로그 방식이든, 디지털 방식이든 결국 “표현의 수단”일테니까요.
C.Lim 산레코 독자분들 중에서는 음악을 하시려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정말로 열정이 가득한 음악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그 열정의 땀방울은 음악을 들어보면 알아챌 수 있거든요. 저희도 저희의 땀방울을 알아채실 리스너 분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Romantic Soul Orchestra Concert
올해엔 크리스마스 캐럴과 더불어 같이 들을 만한 따뜻한 느낌의 음악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Romantic Soul Orchestra(로맨틱 소울 오케스트라). 철저히 아날로그 기기들에 의한 아날로그 녹음 방식을 채용, 20여명의 연주자의 빈티지 그루브를 구현해 냈다는 이 밴드의 음악은, 복고풍 흥겨움이 넘실거린다. 지난 12월 5일, 6일 양일간 마포문화체육센터 아트홀에서 치러진 Romantic Soul Orchestra의 콘서트에서 그들의 라이브를 들어보았다.
Old School Corea
“Old School(올드 스쿨)음악이란 현재의 기성세대가 학창시절이었을 때 유행했던 대중음악을 이르는 말입니다. 팝 음악일 수도 있고, 가요일 수도 있습니다. 첫사랑에 빠지던 날 라디오에 사연과 함께 신청엽서를 보냈던 그 추억의 발라드나, 한껏 멋을 내고 놀러갔던 나이트클럽이나 고고장의 디스코, 브레이크 댄스 같은 음악일 수도 있겠죠. 즉, 올드 스쿨은 따뜻한 추억의 레코드판을 꺼내어 듣는 느낌, 벽장 속의 오래된 테이프를 다시 찾아 듣는 느낌을 주는 음악이랍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올드 스쿨을 마음속에 갖고 있죠.”
Old School 이라고 이름 지어진 Romantic Soul Orchestra(이하 ROS)의 데뷔음반은, 그들이 ROS 공식 홈페이지에 정의해둔 개념처럼, 60~70년대 미국에서 ‘올드 스쿨’이라고 불리며 알려진 장르이다. 굳이 이것이 올드 스쿨이다, 아니다를 논하기에 앞서, 앨범에 수록된 12곡을 들어보면서 그 향수어린 무드를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나 앨범의 제일 마지막 곡인 「Old School Corea」는 RSO가 말하는 로맨틱소울오케스트라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기에, 이 곡이 라이브공연에서는 어떻게 연주되는지가 궁금해졌다.공연 전 스케치
기자가 도착한 12월 5일 오후 4시엔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12월 5~6일 양일간의 공연에 첫 날이었던 만큼 리허설과 세팅에 관한 약간의 분주함이 공연장의 열기를 달구고 있었다. 20명의 단원들이 한 무대에서 20곡을 리얼 플레이로 소화해 낸다는 것은, 밴드 멤버들에게도 음향 스태프에게도,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도 큰 설레임과 부담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벤트였다. 이번 공연은 RSO가 소속된 belfonics 스튜디오의 장비와, 음향업체인 presound의 장비가 조화된 세팅이었고, 마포아트홀의 745석 규모에 맞는 라이브 음량의 밸런스를 위해 김성희 음향감독과 신원국 무대감독이 쉼 없이 사운드 체킹에 임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음악 자체가 팝도 아니고 그렇다고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도 아닌 펑키한 사운드에 소울적인 그루브가 깔린 아날로그적이고 모노적인 음악이어서, 그 느낌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라는 김성희 음향감독의 멘트는 이번 공연의 포인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한마디였다.
이번 공연의 메인 콘솔로는 Soundcraft사의 MH4가 쓰였다. 일단 출연자가 많았으므로 많은 채널의 aux 아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메인 스피커로는 McCauley의 SA155-2 2통, SA288 2통, SA122-2 2통이 각 1조씩 스택되어서 사이드필로 세팅되었다. 모니터 스피커로는 McCauley, D.A.S, iBO가 악기 배치에 따라 각각의 다른 위치에 세팅되었다. DAS pf-12 9통과 QSC RMX-2450 5대를 제외한 모든 음향장비가 presound에서 협찬되었다.
이번 공연은 RSO의 음반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편성이긴 하지만 라이브 공연이라는 특성상 섬세함이나 공간감보다는 좀 더 관객과 가깝고 다이내믹한 소리를 목표로 편곡과 배치를 다시 했다고 한다. 특히 개개인의 연주가 다른 많은 악기들에 의해 마스킹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 포인트였다. 이를 위해서 사운드 엔지니어와 편곡자, 그리고 연주인들이 수차례 논의와 타협을 해야만 했다. 일례로, String 파트는 의도적으로 콰르텟을 편성하여 4부로 편곡된 파트를 연주했는데, 이는 소규모 팝 스트링섹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소리가 묻히는 마스킹효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또한 공연 기획과정에서 음향을 맡은 persound와 협의해, 각악기마다 핀 마이크를 부착하도록 하였다. 컴프는 드럼, 베이스, 기타, 메인보컬에만 사용되었다. 리버브는 되도록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쓰이지 않아서인지, 건조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느낌이 들었다.
이번 공연의 최대 관심사는 20명의 RSO 멤버들의 악기와 연주력이었다. 아날로그 악기가 상당수 쓰였으며,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키보드라는 기본적인 밴드 구성과 더불어 관ㆍ현악이 첨가되어 말 그대로 “오케스트라”적인 사운드가 한껏 펼쳐졌다.
그럼 각 파트의 악기 및 마이킹을 살펴보자.
밴드 리더인 건반주자 C Lim씨가 운영하는 belfonics studio의 소장품인 73 Rhodes Dyno-My-Piano는 말로만 들었던 전설의 Rhodes 피아노였다. 건반주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리얼로 연주해보기를 희망하는 Rhodes 피아노는, 특유의 빈티지한 음색으로 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presound에서 협찬 받은 Roland Jazz Chorus 120 트랜스듀서가 장착되었다.
62 Hammond C-3 with 122 Leslie Cabinet도 belfonics studio에서 소장하고 있는 명기였는데, 기자는 62년도 하몬드 오르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무되었는데다, C. Lim씨 특유의 그루브하고 풍부한 연주력으로 감동이 더해졌다. 또한 Leslie 스피커는 고음과 저음 부분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으므로 SHURE sm57을 이용한 세심한 마이킹이 이뤄졌다. IBO 모니터스피커가 건반 사운드의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acoustic guitar를 담당한 기타리스트 주훈 씨는 Jerry Jones electric sitar도 연주했는데, 이에 Fender Twin Reverb가 맞물려 세팅되었다.
befonics studio가 소장하고 있는 82 Gretch Jazz Drum kit는 드러머 필진 씨의 무게감 있는 연주로 빛을 발했는데 18인치 kick, 14인치, 12인치, 10인치 toms, matching full size snare 등으로 구성되었고, 각 파트의 소리를 섬세하게 집음하기 위한 마이킹으로 오버헤드에는 AKG C460이, 탐에는 SENNHEISER의 e604가, 하이햇, 스네어 그리고 킥에는 SHURE의 제품군이 쓰였다.
“Ynot?” 팀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한 Vata씨의 개인 악기인 79 Fender Precision Bass가 공연 내내 연주되었고 presound에서 협찬한 Ampeg bass amp(D.I 내장)가 장착되었다.
electric guitar로는 기타리스트인 대우 씨의 개인 악기인 76 Fender Stratocaster가 쓰였고 68 Fender Bassman 50 amp와 Marshal 4X12inch cabinet이 세팅되었다.
Percussion 파트로는 LP, Matador percussions사의 콩가와 봉고 윈드벨이 쓰였고 각 e604와 sm57이 마이킹되었다.
1st violin, 2nd violin, Viola, Cello의 콰르텟 구성이 String파트를 담당했고 각 악기마다 C-407이 마이킹되었다. 또한 각 악기의 모니터 스피커로는 McCauley의 SM12-1이 사용되었다.
Brass 파트에는 alto saxophone, tenor saxophone, trumpet 에 공히 beta96h가, 5명의 남녀 혼성 코러스에는 sm58이 마이킹되었다. 남자 리드보컬인 Ray와 Sunny의 마이크로는 U4D 58 W/L가 쓰였고, 공연 중간 보컬과 멘트를 담당한 주훈씨와 C. Lim씨에게는 sm58이 세팅되었다.
이번 공연에는 총 20곡이 연주되었다. 20명의 연주자의 소리는 관객 입장에서는 커다란 하나의 악기 소리로 들렸는데, 이를 테면 기타소리가 튄다거나, 코러스 소리가 크다거나 등의 음량적인 문제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다만, 각 곡의 편곡 특성상 Brass 파트나 String 파트의 음량이 작아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로 간에 자신의 음량이 부각되지 않도록 배려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였다.
「Intro Police」로 시작된 공연은 기대했던 대로, Retro풍의 복고 사운드들은 재즈와 펑크, 록과 팝이 어우러진 사운드였고, 「Be My Baby」와 「Lucky Me!」는 “이것이 RSO만의 로맨틱 소울그루브 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대표적인 곡이었다. C. Lim씨는 Rhodes 피아노와 hammond 오르간을 넘나들며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는데,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도 흥겹게 춤추는 듯한 동작은 공연의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인생에서 느끼는 여러 사랑의 감정들을 Soul 이라는 장르로 Romantic 하게 풀어내되, 관ㆍ현악이 포함된 풍부한 Orchestra 사운드로 표현하고 싶습니다”라던 RSO 말처럼 「오늘밤」, 「이별전야」, 「Dont Stop」등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연주는, 빛바랜 핑크색이 떠오르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공연의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댄서팀이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는데 공연 중반 이후 출연해 앙증맞은 안무를 보여준 그들은 처음 RSO의 라이브를 보는 관객들에게 확실한 흥겨움을 안겨주는데 일조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소 어수선하기도 했겠지만 어쩌면 이런 분위기 자체가 RSO가 의도한 분위기 였을 수도…. 관객들은 전부 일어서서 흥겨워했다. 객원보컬인 Ray와 Sunny는 정통 흑인음악 같은 Soul을 구사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느껴졌지만 세련된 무대매너로 공연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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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끈적끈적하면서도 신나는 흑인 음악인 Soul에 Jazz, Pop, Rock, R&B가 어우러진 분위기의 음악을 원하고 있던 30~40대에게나, 옛날 ‘고고장’의 향수어린 분위기는 모르지만, 아날로그적인 빈티지 그루브를 맛보고 싶은 20대에게도 반가운 등장인 Romantic Soul Orchestra. 앞으로 이들의 아날로그적인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취재에 협조해주신 Romantic Soul Orchestra 멤버여러분, 신원국 총연출 감독님, 벨포닉스의 박영호 실장님, 프리사운드의 김성희 실장님 이하 스태프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취재/ 서보라 기자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old school sound
어쿠스틱, 아날로그, 빈티지 그리고 올드 스쿨이라는 단어로 집약되는 100% 핸드-메이드 스튜디오 [벨포닉스(belfonics)]를 방문했다. 작고 잰 걸음으로 일궈낸 위대한 도약으로 한국 대중 음악 신의 ''암스트롱''으로 자리한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이하 RSO) 멤버들이 반겨주었다.
진귀한 악기와 장비들을 구경하고 설명을 듣는 와중, 후딱 한 시간이 흘렀다. 악기 튜닝을 마친 RSO의 리듬 섹션 연주인 넷은 50평 이상 되는 지하 공간을 가득 채운 악기와 장비를 재배치해 인터뷰와 연주 그리고 동영상 촬영을 위한 자리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팀의 음악적 축으로 통하는 [버클리] 출신 뮤지션 씨.림(C.Lim)과 90년대 초반부터 윤상, 박광현 등과 작업해 온 싱어 송라이터 겸 멀티 뮤지션 주훈이 작업반장 역을 자청했고, 드러머 필진과 베이스 주자 바타(Vata)가 힘을 쓰는 작업을 도왔다. 이들을 지켜보던 조지현 사장이 살짝 귀띔한다. 씨.림의 대학 선배면서 기획사 겸 레코딩 레이블 그리고 스튜디오 [벨포닉스]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요즘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다.
말 주변이나 쇼맨십이 전혀 없어요. 천상 뮤지션들이죠. 그래서 걱정입니다. (조지현)
이 네 명 외에 애시드 재즈 프로젝트 어바노(Urbano)의 반쪽 김중우가 주동이 된 호니 플레이(Horny Play) 5명 그리고 가야금 주자와 기타리스트 각 1명, 이렇게 도합 11명의 RSO의 정규 멤버다. 그 외에 현악 파트를 도맡는 4명의 세션 뮤지션들과 레이(Ray)와 써니(Sunny), 오이스터즈(The Oysters), 안소담 등과 같은 실력파 객원 보컬리스트 그리고 와이낫(Ynot?) 출신 기타리스트 김준오, 원더버드의 기타 맨 신윤철, 국내 최고의 금관 악기 연주인 이주한과 같은 저명한 세션 게스트를 합치면 총 20명이 가뿐한 엄청난 팀 라인업을 자랑하게 된다.
그러니까 음. 1997년, 아니 1998년이던가? (씨.림)
리듬 섹션 연주인들이 처음 만나 잼 세션을 가지며 의기투합하게 된 시점이 언제인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이들은 소울 음악을 좋아해 제대로 해볼 욕심으로 똘똘 뭉친 뮤지션 집단이다. 감미롭고 즐거운 한편 때로는 죽고 싶을 정도로 가슴 찡한 것이 사랑인 만큼 바로 그런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어 팀 이름에 ''로맨틱''한 ''쏘-울''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게 되었는데, 현악과 관악 파트가 포함되니 그냥 ''로맨틱 쏘-울 밴드''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것 같아 ''오케스트라''라는 명함을 달게 된 것이었다. 다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걸친 연배임에도 훨씬 나이 들어보이는 것에는 이들의 음악이 현 가요계의 평균치에 비교해 너무 무르익어 있는 까닭이기도 하리라.
일단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다들 머리수가 많겠거니 할 것 아닙니까? 바로 그런 겁니다. 음악적으로도 절대 뒤지고 싶지 않지만, 하다못해 인원수로 밀고 들어가서도 꿀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주훈)
기본적으로 복고풍 소울 음악에 경도되어 있지만, 이들 RSO가 살고 있는 세상이 21세기고 20세기 후반 이후의 음악을 자양분 삼아 자란 세대인 덕에, 음악이 어려워 현 가요 음반 시장의 주류인 10-20대 팬 층에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좋은 음악은 결국 통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고장 난 악기들일지라도 소리만 좋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생각이고, 각자 맡은 악기 포지션 또한 매우 유동적이다. 그렇게 해서 곡이 더 좋게 완성된다면 자기 포지션을 내어줄 각오는 진작부터 갖춰져 있었다. 가장 인간적이고 따스한 소리를 빚어내는 것이 이들의 당면 과제인 것이다.
로맨틱 그레이가 젊은 소녀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일 겁니다. 억지로 젊게 보이려고도 또 노티 나게 꾸미지도 않는 것이 매력 포인트죠. (주훈)
이들의 데뷔 앨범 [Old School Corea]은 재즈, 팝, 록, 소울, 펑크, R&B와 같은 ''검은 음악''들과 함께 우리네 전통 음악이 접목되어 있다. 혹시 너무 학구적이고 엘리트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섞인 질문을 넌지시 던져본다.
전 서초동 8학군 출신이고 씨.림은 고교 시절 이후 줄곧 미국 생활을 했죠. 하지만 음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배경이나 사고 방식이 음악에 반영되는 것을 일부러 감춘다면 그게 더 가식적이죠. 주체 못 할 정도의 부유함도 없었고요. (주훈)
이들의 음반은 녹음 전반에서부터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의 끊어 가기 혹은 짜깁기를 허용하지 않는 ''원-테이크(One-Take)'' 라이브 레코딩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악기와 장비들을 구비해 의도한 사운드를 충실하게 뽑아냈다. 70년대 필리 소울(Philly Soul)의 전성기와 함께 한 [Masterwork] 스튜디오의 수석 엔지니어 피터 험프리즈(Peter Humphreys)에 의한 100% 아날로그 마스터링을 고집했다. 하지만 4년간 스튜디오를 직접 만들고 앨범 작업에 1년 반 이상이 소요되고 지금은 구하기조차 힘든 30분 짜리 아날로그 테이프에 원-테이크 방식으로 기록한 것과 같은 화제성이 이들의 음악 그 자체보다 더 부각되는 일만큼은 사양하고 싶다고 한다.
주훈이랑은 중학교 때부터 같이 음악 한 친구인데, 처음엔 ''쎈'' 음악도 했었죠. 거리 밴드 시절 추억도 있고요. 애시드, 힙 합, 펑크를 거쳐 컴퓨터 음악도 해 봤습니다. 유명한 뮤지션들조차 우리에게 이런저런 문의를 해 올 정도로 그 방면에 도사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결국에는 이렇게 다시 소울 음악으로 돌아오게 되지 뭡니까, (씨.림)
현재 무서운 입소문과 함께 객원 보컬리스트 레이가 보컬을 맡은 R&B 발라드 곡 ''오늘밤''이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워낙 대규모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TV 브라운관에 이들을 잡아넣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을까 짐짓 우려도 된다.
MR 반주에 맞춰 연주하는 시늉만 한다든가 보컬 혼자만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멤버 모두를 무대에 세우겠다는 곳이 아니면 그 어떤 섭외에도 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희가 오직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한 것은 저희 스스로의 다짐이기에 앞서 팬들에 대한 약속이니까요. (씨.림)
게스트 뮤지션 영입에 있어 이들에게는 ''정직한'' 사람이 우선이라는 철칙이 있다. 이름만 대면 통할 기성 가수들도 이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오디션에서 낙방한 일이 부지기수인 것은 바로 그런 까닭에서이다. 제임스 브라운 스타일의 펑키 그루브가 돋보이는 연주 곡 ''Doin'' It'', 감성적인 복고풍 소울 트랙 ''Be My Baby'', 밴 헤일런 스타일의 클래식 록 사운드를 접목한 ''Lucky Me'', [모타운] 시절의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만드는 ''Sunny Day'', 화려한 브라스 섹션과 타이트한 보컬 하모니를 자랑하는 ''한 번 만나주면'', 감미로운 블루스 넘버 ''Don''t Stop'', 애잔한 러브 발라드 ''이별전야'', 저음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소울 발라드 ''행복하면 돼'', 국악의 흥겨움이 가미된 ''Old School Corea'' 등등이 어느 한 곡 놓치기 안타까울 이들의 음악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직한 음악의 성찬이 준비되었다.
작성자:스타앤스타 / 작성일:2003-11-11
출처는 여기
가슴이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
Romantic Soul Orchestra
C. Lim: 우리는 빅밴드까지는 아니지만 스트링과 여러 악기들이 모여있어서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그루브가 있는 6, 70년대의 흑인음악을 좋아해서 소울이라는 단어와 로맨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말하는데, 곡을 쓸 때 사랑과 인생의 단면을 많이 표현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가장 강하고 좋은 느낌이 사랑이나 로맨틱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RSO는 그런 로맨틱한 소울을 하는 오케스트라다.
Juhoon: C. Lim과는 중학교 때 만났다. 그때부터 기타치고 밴드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 대중가요계에 있은 지 10년인데, 처음에 우리가 할 때는 블루스나 록을 했고 그러다 난 전자음악으로 C. Lim은 재즈에 심취해서 버클리에 유학을 다녀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지금하는 음악과 같은 경향으로 작업을 해왔다.
C. Lim: RSO가 탄생한 건 98년이었고, 이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녹음실이 완성되면서 빅밴드로 커지게 되었고 지금은 브라스가 5명, 가야금, 하프, 스트링 세션을 포함해 11명이라는 대식구를 이루고 있다. 주로 주훈과 내가 곡을 쓰고 프로듀스나 엔지니어 세션들과 녹음기간만 해도 1년 반이 걸렸다.
C. Lim: 완벽주의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하다 보니까… 이번 앨범은 정말 특별한 앨범이다. 녹음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은 시도해보고 배우면서 해나갔다.
Juhoon: 우리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악을 좋아한다. 장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열심히 만들고 공을 들인 거라면 듣는 사람 역시 정성을 들인 앨범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Juhoon: 어쩌면 우리가 컴퓨터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컴퓨터 음악에 대해 끝까지 가봤고, 결국은 그것이 좀 더 아날로그에 가깝게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C. Lim: 예전 장비를 쓰면 단점이 많고 쓰기도 힘들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우리는 기계를 사용한다든가 음악을 위한 편리한 것들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방해요인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C. Lim: 하나 하나가 의도보다는 그 시점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내가 만든 음악이지만 이 앨범은 정말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왜냐하면 라이브를 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Juhoon: 전체가 뜻밖의 수확이다. 밤에 곡을 쓰고 다음 날 녹음하면 전혀 다른 곡이 되어있는 거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또 다른 곡이… 가장 어려운 것이 우리가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음악의 팬이되는 것과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는 것이다.
Juhoon: 보컬을 찾는데 정말 힘들었다. 오디션도 여러 번 보고… 레이라는 친구는 전문 보컬리스트다. 음악 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는 걸로 봐서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서 무던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꼭 되야 하는 사람,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Juhoon: RSO를 일종의 동호회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가 모인 것 자체가 그냥 만나서 놀다가 자연스럽게 잼을 하면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앨범 자체로는 재미로 만든 앨범은 아니다. 그건 앨범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고 앨범에 참여해 준 사람들이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의를 다해 만들었으니까 사는 사람들이 투자를 해도 그만큼 아깝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C. Lim: 그건 간단하다. 자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악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떤 악기든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느낌을 최대치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거기다 우리가 재미있고 신나는 음악을 한다는 것을 끝까지 그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Juhoon: 올드스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우리도 논쟁을 벌이곤 하는데 장르에 있어서는 힙합이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나름의 해석으로는 나나 우리가 학창시절에 또는 예전에 들었던 음악, 그게 올드스쿨이라고 생각한다.
C. Lim: 올드스쿨이 메리트가 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음악은 다 좋기 때문이다. 좋으니까 잊을 수 없고 긴 세월을 버텨온 것이기 때문이다.
Juhoon: 2003년 사운드라고 주장하고 나왔지만 만약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건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같아' 라는 느낌을 주고싶다.
Juhoon: 신윤철은 예전부터 친한 형이라서 편하다. 손에 꼽는 기타리스트이고 그런 사람에게 우리의 의도를 물어볼 수 있고 그 사람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앞으로도 같이 공연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주한은 플루겐 혼을 연주했는데, 어느 레벨에 올라서면 사람들은 장르를 초월해 버린다.
Juhoon: 우리 음악이 복고, 올드스쿨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우리 음악은 2003년에 나온 음악이다. 올드를 지향한다고 다른 음악들과 비교해서 빠지는 것이 아니고 70년대 음악을 짜집기해서 내놓은 음반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분류를 하다보니깐 올드스쿨 복고적인 음악이라고 나온 것이다.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Romantic Soul Orchestra, RSO) 관찰기
내가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Romantic Soul Orchestra)'의 실체를 처음 접했던 것은 2001년의 어느 여름 날이었다. 당시 나는 포크 및 동요 가수인 이성원의 동요 앨범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작하기 위해 온 정신을 쏟고 있던 중, 언젠가 본 앨범의 제작자인 조지현이 말했던 '혼방 어쿠스틱 스튜디오'의 운영 계획을 기억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난 즉시 휴대폰을 눌러 댔고, 바로 그 날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은신처인 '벨포닉스(Belfonics)'라는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최첨단 디지털 레코딩 환경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곳은 민간 레코딩 박물관과도 같았다. 넓은 지하 한 층을 부스 조차 없이 탁 틔워 놓은 공간에는 일체의 디지털 레코딩 장비가 없었다. 이제는 추억의 명기가 되어버린 스투더(Studer) 아날로그 레코더에는 굵직한 아날로그 테이프가 걸려 있었고, 어둠을 밝히는 것은 진공관 앰프의 선홍색 불빛이었다. 한 귀퉁이에는 말로만 듣던 펜더 로즈(Fender Rhodes)와 하몬드 오르간이 놓여 있고, 마이크 스탠드에는 비틀즈와 시나트라가 보컬 녹음에 전적으로 사용했던 진공관 마이크의 전설, 텔레풍켄(Telefunken) U 47 마이크가 매달려 있었다.
이런 황당한 공간을 입안했던 이가 바로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프로듀서인 C. Lim 이라는 친구였다. 그는 1997년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전공하고, 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Thomas Oboe Lee에게 작곡 및 편곡을 사사한 역량 넘치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다. 그의 음악관은 시대의, 문명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 30분만에 그의 가치에 깊이 매료되고 말았다. 결국 나는 그의 꾀임에 빠져 벨포닉스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레코딩된 앨범의 제작자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이성원씨의 레코딩 과정에서 진실어린 어쿠스틱 사운드의 실체를 체험케 해 주었고, 감각적인 피아노 연주와 편곡으로 나의 신뢰를 드높였다.
이후 나는 틈만 나면, 문명과 격리된 그곳으로 찾아가 차 한잔과 수다를 나누며, 그들이 꿈꾸어 왔던 '로맨틱과 쏘울을 결합한 오케스트라'라는 원대한 포부와도 만날 수 있었다. 현악, 브라스 섹션, 록 리듬, 보컬이 어우러진 20인조 이상의 오케스트라의 운영. 앨범의 레코딩-믹싱-마스터링 과정의 아날로그화, 감미로운 사랑의 로맨스를 쏘울풀하게 연주하는 올드 스쿨 밴드의 지향. 나는 친구로서 앨범의 제작자인 조지현과 프로듀서 C. Lim의 작업을 열심히 방해해야만 했다. 외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스무 명이 넘는 뮤지션을 꾸려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 방대한 인원이 함께 연주하며, 단 한명이라도 틀리면 어김없이 전체가 다시 레코딩해야 하는 원 테이크(One Take) 아날로그 레코딩의 불편함, 그리고 믹싱 과정에서의미숙함을 감출 수 있는 그 흔한 '땜빵'도 없이, 오토 튠(Auto Tune)이라는 첨단의 보정 작업도 거부한 채, 30분도 담을 수 없는 고가의 아날로그 테이프에 매달려 철저히 수공업으로 임하는 그들의 무모함(?)을 남의 일처럼 지켜 볼 수 없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변방의 음악으로, 매니아 음악으로 버려진 쏘울 음악을 나침반으로 삼는 그들의 여정은 상업주의가 난무하는 우리나라의 음반 현실을 돌파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앞세웠다. 더불어 로맨틱이라는 단어와 쏘울이라는 단어의 결합이 나는 도무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굳이 서구 대중 음악의 관점에서 '로맨틱'은 백인적인 음악 요소이고, '쏘울'이라는 이미지는 지극히 흑인적인 색감이라는 것이 나의 닫힌 관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지난 2001년 11월부터 1년이 넘도록 시간이 멈추버린 듯한 그들의 스튜디오에서 흘린 땀과 고민이 응축된 한 장의 CD를 다 듣고서야, 내 얕은 생각과 그동안의 서툰 걱정들을 부끄럽게 주워 담을 수 있었다. 로맨틱과 쏘울. 이 두가지 단어는 물과 기름처럼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요소가 아니었음을, 이 단순한 진리를 비로소 깨친 것도 그들의 음악을 접하고나서 였다. 슈프림스와 마이클 잭슨, 그리고 쿨 & 더 갱, 샘 쿡, 아레사 프랭클린의 음악 속에 '로맨틱'과 '쏘울'의 정서가 편안하게 어울리고 있다는 선례를 찾아 준 것도 그들의 실존하는 음악이었다.
<Romantic Soul Orchestra Presents Old School Corea>라고 명명된 앨범은, 애초 그들이 제시했던 '감미로운 음악을 쏘울풀한 사운드로 구현하는 오케스트라'의 명제를 완벽하게 채워준다. 더불어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는 재즈, 팝, 록, 쏘울, 펑키, 그루브, R&B, 심지어 국악적인 요소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재료로 맛깔스러운 음악의 성찬을 마련해 주고 있다. 단순히 여러 장르, 스타일의 혼합이라는 1차원적인 결합을 넘어서서,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는 이질적인 음악성을 자신의 결로 흡수하여, 질서정연한 그들만의 사운드를 구축하고 있음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C. Lim은 작곡과 편곡, 가사, 피아노, 오르간, 키보드, 기타, 시타르, 보컬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으며,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대중 음악 씬에서 폭넓은 활동을 했던 멀티 플레이어 김주훈 역시 작곡과 보컬, 키보드, 기타, 시타르를 연주하며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든든한 밑바탕을 조성한다. 쏘울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스 섹션에는,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젊은 쏘울 재즈 그룹 '어바노(Urbano)'의 주역 김중우를 비롯하여 이환창, 김성민, 서대광, 어용수로 구성된 '호니 플레이(Horny Play)'가 밀도 높은 그루브와 펑키를 조장하고, 여기에 한국 재즈의 대표주자인 트럼페터 이주한은 플루겔 혼을 들고 후배들을 응원한다. 또한 퓨전 재즈 그룹 '버드' 출신의 기타리스트 김준오, '오렌지'의 베이시스트 류영준과 드러머 박필진이 빈틈없는 사운드의 그물망을 쳐놓고 있으며, '원더버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신윤철도 여러 곡에서 특유의 시원한 톤과 감각적인 어택을 명료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밖에 써니(Sunny), 레이(Ray), 오이스터즈(The Oysters), 안소담 등의 객원 보컬리스트들도 신인답지 않게 열정적이고 신선한 보컬리스트로써 제 몫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애초의 다짐대로 레코딩-믹싱-마스터링의 과정에서 단 한번의 꿰맨 자욱 없는 라이브 레코딩의 입장을 지켜냈고, 레코딩과 믹싱을 직접 소화해낸 데 이어, 70년대 이후 필리 쏘울 (Philly Soul) 음반들의 마스터링을 전담했던 미국 필라델피아 마스터웍(Masterwork) 스튜디오의 수석 엔지니어 피터 험프리즈 (Peter Humpherys)에 의한 100% 아날로그 마스터링으로 앨범을 완성하였다. 덕분에 이들의 음악은 마치 대규모 쏘울 오케스트라의 라이브를 가까이서 감상하듯, 선명한 음질과 풍부한 공간감을 통해 우리의 귀를 만족시켜 준다.
일종의 인트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작곡 'Doing It'에서는 쏘울의 제왕 제임스 브라운과 그의 브라스 섹션의 책임자였던 마세오 파커가 건설해 놓은, 제임스 브라운 리프(Riff)가 강한 탄성의 그루브를 타고 일렁인다. 'Be My Baby'는 봄 햇살처럼 따스한 소년의 감성이 말 그대로 감성적으로, 또 쏘울 풀한 사운드로 구현된다. 'Lucky Me'는 록 그룹 밴 해일런이 추구했던 클래시컬한 록 사운드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리듬과 현악 오케스트라의 하모니 감각이 돋보이는 아주 매력적인 작곡이다. 'Sunny Day'는 어린 날의 마이클 잭슨, 맨하탄 트랜스퍼가 한 자리에 모인 풍경으로, 밝고 쾌활한 감정이 회화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Sun-Dance'는 영화 음악의 테마와 같은 장중한 오케스트라 인트로를 일순간 반전하는 장난스러운 펑키 리듬이 엮어내는,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한 번 만나주면'은 록 기타리스트 신윤철의 펑키한 리듬 기타, 강한 탄성을 새기는 브라스 섹션, 후면에 깔린 스트링 섹션, 잘 짜여진 보컬 하모니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작품이다. '감추지 말아요'에서는 퓨전 재즈에 밑바탕을 둔 기타리스트 김준오, 베이시스트 류영준, 드러머 박필진이 펼쳐 놓은 건실한 퓨전 풍의 사운드에 귀를 열어 둘 필요가 있다. 블루스 기타가 길을 열고, '부드럽게, 따스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라는 노랫말처럼 리듬 앤 블루스의 필(Feel)을 명확하게 새기고 있는 'Don't Stop'은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지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별전야'는 일기장 속에 숨겨둔 추억을 들추듯, C. Lim의 감각적인 피아노 콤핑, 안은하게 퍼지는 현악 오케스트라, 재즈 트럼페터 이주한의 플루겔 혼 솔로에 안겨 애틋한 감정으로 번진다.
'오늘밤'은 객원 보컬리스트 레이와 안소담의 쏘울 창법이 진한 호소력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곡. '행복하면 돼'는 Yong Tea의 매혹적인 저음 나레이션과 C. Lim의 보컬이 격정적인 감정의 선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곡 'Old School Corea'는 일종의 뒷풀이다. 국악 장단의 흥겨움을 응용한 단순한 리듬 위에 순환식의 보컬, 코러스 하모니, 그루비한 브라스, 리듬 섹션은 그들의 음악이 거창한 실험이 아닌, 유쾌한 놀이를 향하고 있음을 각인시키며 대미를 장식한다.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를 규정하는 두 개의 이미지는 로맨틱과 쏘울이다. '로맨틱'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일 것이며, '쏘울'은 영혼이 부재한 표피 뿐인 음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음악의 정신을 일컫는 그들 음악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1년이 넘도록 오래된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20여명의 음악 식구들이 한 마음으로 뜻을 같이했던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가 감행한 무모하지만 뜻깊은 노력과 의지는, 디지털 문명의 편리에 속박되어 온 우리에게 참 소리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의미있는 공명일 것이다. 더디 가더라도 조금 불편할지라도 원칙과 소신을 잃지 않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한 그들의 진실함이 대중들에게 널리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하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