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가야금.

주절주절. 2007. 5. 14. 09:55


이거, 검색어 순위에 올라와 있던데.

대학교 1학년때 학교가 기독교학교였던지라 채플이 있었는데 나는 영어로 진행하는 채플 운영팀에 들어갔다. 일학년 때는 의무로 채플참석해야하는데, 과채플을 가는 바에야 운영팀에 가는게 났지 싶었다. 그래서 외국인교수들과도 안면을 트고 학교뒤에 있는 총장님댁에 채플끝나고 점심먹으러도 가보고 그랬다. 근데 내가 원해서 들어간게 아니고 과선배가 그 운영팀에서 반주를 맡고 있었는데 신입생인 내가 영어 조금 한다니까 그냥 끌어들인거였다. 근데 거기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잖아. 그러니까 스스로들이 다 너무 잘난거다. 나보다 영어를 잘했다는 게 아니라 다들 무척 자존감 강하고 프라이드 높고 (다 같은 말인가?) 하튼 그랬다. 그래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였는데난 그때 어렸으니까 그런 분위기가 너무 힘들었다. 난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안다니고 그냥 딱 대학이란 곳에 들어갔으니까 어떻게 적응해야 할 지 모르고 우왕좌왕한거지. 날 끌어들인 선배는 그때 자기한테 힘들일이 있었나보다. 나중에 내가 나가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다가 울어버리니까 미안하다고 그러더라. 어쨌든 그래도 거기서 일년반이나 버티다 나왔다.

그런데 딱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뭐 그 운영팀하고 관계되어 기억되어진건 아니지만 그 기억은 운영팀이랑 같이 간 거니까 자연스럽게 운영팀도 떠오르는거다. 첫학기 때, 봄이었으니까 4월이나 5월이었겠지. 운영팀에는 기숙사생들이 많았는데 채플이 끝나면 가까운 궁으로 놀러가곤 했다. 하여튼난 그냥 피곤하다고 집에 돌아가곤 했었는데 그날은 따라가게 됐다. 그날 간곳은 지금 따져보니 남산 한옥마을이었다. 근데 거기서 그날 야외공연이 열렸었거든,그래서그날 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거지! 25현 가야금으로 팝송을 연주하는 데 소리가 너무나 굉장히 예쁜거다! 날 사로잡아 버린건 만화영화 인어공주의 삽입곡 Under the sea 였다. 그 전주의 따라라란따 란따라란 따라라란따 란따란 막 이렇게 나가는 부분. 이 부분이 25현 가야금 여러대로 연주되는데 어찌나 맑고 영롱한지 정말 넋을 읽고 쳐다봤었다. 정말 이건 실연을 보지 못한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거다! 너무너무 멋졌다.

내가 원래 좀 관심이 한군데로 쏠리면 쓸데없는 데 가기도 하고 사기도 하고 뭐 그런 애라서. 방학 때 학교 갔다가 포스터 붙어있는거 보고 2박 3일에 25만원짜리 쉐라톤 워커힐에서 주최한 호텔리어 교육프로그램에도 참가해보고. 돈지랄이였지; 가보니까 나같이 비전공자는 없었고 학교에서 다 지원해줘서 온거였던걸. 어쨌든 그때도 화르륵 불타올라 가야금배울수 있는데를 검색해봤다. 그래서 한 세군덴가 찾아가봐서 한 국악악기교습소에 등록을 했다. 악기도 빌려주고 일주일에 두번에10만원이었나? 일주일에 한번이었나 그랬다. 처음엔 열심이었다. 하루만에 물집이 생기도록 연습했었다. 그 물집이 터져서 피나는 데도 그냥 계속 연습하고 막 그랬었다. 그래봤자 한달이었다. 뭐내 끈기가 그렇지. 개인악기도 없는데 왔다갔다 하면서 연습하고 레슨받는다고 얼마만에 얼마나 늘까 라는 생각을 하니까 못버티겠는거다. 난 막 당장 그 under the sea를 연주하고픈 마음인데, 꿈에서는 벌써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데, 솔직히 서양현악기도 3년이상은 해야 하는데 국악기는 더 어렵잖아. 그래도, 그 배울 때만큼은 신났고 재밌었고, 기뻤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벌써 3년전일인데 지금까지 버티고 꾸준히 했다면 그 곡을 연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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